Zeus
우디 계열
탑 노트: 벼락 맞은 나무 (Fulgarite), 그을린 목재
미들 노트: 대전 이온, 라이트닝 어코드(Lightning Accord), 인센스(향)
베이스 노트: 코파이바 발섬, 라브다넘
설명:
이 향을 디자인할 때 번개가 치는 순간의 향과 벼락이 내리꽂히는 그 찰나를 어떻게 포착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번개는 제우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힘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올림푸스 산 전체의 권력과 심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네 다섯 번의 수정 끝에, 저는 앞부분에 벼락을 맞아 검게 그을린 나무의 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뒤이어 날카로운 향으로 하늘을 끊임없이 가르는 번개를 시뮬레이션하여, 공기 중에서 순간적으로 전류가 방전되는 듯한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진정으로 저를 매료시킨 것은 벼락이 지나간 그 이후였습니다. 축축한 바람, 광석, 금속, 그리고 벼락을 맞은 대지. 귓가를 때리던 굉음이 사라지고, 타오르던 나무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검게 탄 대지 위에는 온기가 남아있고, 송진과 재가 서서히 피어오릅니다.
제우스의 번개가 떨어진 뒤, 대지 위에는 무엇이 남는가.
이것이 바로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번개의 잔해'입니다.
ICP — Imagine Creating Perfume
만약 어떤 이야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향일까? 어쩌면 비 갠 뒤 도시의 축축한 돌담, 그림 속에 그려지지 않은 바람, 음악이 끝난 후에도 공기 중에 남아있는 여운, 어쩌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보존할 수 없는 순간들이 ICP 창작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상상력을 핵심으로 삼는 향수 하우스이며, 여행하는 작가처럼 도시, 예술, 문화, 음악, 건축, 문학의 경계를 걸으며 길에서 만난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와 향기로 다시 써 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향수는 무슨 향이고, 어떤 향료가 들어갔나요?" 우리가 더 알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이 향수가 당신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하였나요?"
우리는 믿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나의 향수를 완성하는 것은 조향사뿐만이 아니라, 우연히 그 향을 맡게 된 사람이라는 것을. 똑같은 향수라 할지라도, 어떤 이는 가본 적 없는 도시를 냄새 맡고, 어떤 이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이를 떠올리며, 어떤 이는 그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향수는 더 이상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이야기를 품기 시작한다.
ICP를 하나의 공간으로 상상해 본다면, 우리는 이곳이 향수의 도서관 같기를 바란다. 모든 향수는 펼쳐지기를 기다리는 한 권의 책이다. 어떤 책은 여행을 기록하고, 어떤 책은 신화를 소장하며, 어떤 책은 그림, 음악, 역사에서 오고, 또 어떤 책은 우리 스스로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기록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오직 향기로 첫 페이지를 적어내는 것뿐. 나머지 이야기는 당신의 상상력에 완성의 몫을 맡긴다.
앞으로도 ICP는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 사이를 걸으며 느끼고, 탐구하고, 우리만의 향기의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향기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향수는 상상력을 통해 더욱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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