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Paracusia 망청증
독밀 만다라 타바코 조
Caramel White Floral Tobacco
탑 노트: 그린 베놈 (초록 독즙), 무화과
미들 노트: 카라멜, 만다라화 (흰독말풀), 비터 아몬드
베이스 노트: 자작나무 타르, 블랙 머스크, 타바코
창작 핵심 이미지
《Paracusia》는 세상에 발을 디딘 후, 귀를 맴도는 소음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은 사람들을 그려낸다.
너무 많은 조언. 너무 많은 평가.
수없이 쏟아지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해."
배려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참견 어린 관심들.
초반의 달콤함과 화이트 플로럴의 향취는 환청이 처음 시작될 때의 그 아름다움을 닮았다. 중반의 만다라화와 부드러운 약재 느낌은 탐닉, 위험, 그리고 자기최면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우디함과 미세하게 어두운 기운이 서서히 떠오르며, 인간이 마침내 마주한 진실의 '공백'을 듣게 된 듯한 여운을 남긴다.
그 소리들이 겹겹이 쌓여가며 결국 우리는 '왜곡(失真)'되기 시작한다. 진실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가장 덜 아픈 '그 한 마디'만을 남겨두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듣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지친 나머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진실'로 착각해 들었을 뿐임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향의 묘사
나는 세상을 향해 사랑의 속삭임을 위조하기 시작한다. 그린 베놈과 만다라화가 백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순간의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와 함께 떠오른다. 그 향기는 조금 푸르고, 조금 날 것 그대로다. 마치 꺾인 꽃줄기에서 배어 나오는 즙액처럼 깨끗하지만 독을 품고 있다.
속삭이는 듯한 카라멜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달콤함은 끈적이고 농밀해진다. 마치 하나의 거짓말을 시럽이 될 때까지 달여 외이도 안으로 한 방울씩 주입하는 것 같다. 화이트 플로럴은 환각이며, 카라멜은 거짓말이 녹아내린 형태다.
타바코가 타오르고, 그 연기가 자작나무 타르의 기운과 엉킨다. 악魔가 달콤한 말들을 담뱃잎으로 말아 내 귀를 맴돌며 조금씩 불을 붙여,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중독'으로 훈연해내는 듯하다. 만약 현실이 나에게 귀를 찢는 소음만을 주려 한다면, 만다라화여 내 머릿속에서 차라리 계속 피어나라. 카라멜로 외이도를 봉인하고, 연기로 세상을 격절하며, 온통 허구로 가득 찬 다정함만으로 나를 다시 양육해 주기를.
문안
현실의 소리가 너무나 듣기 거북하기에, 나는 망상으로 외이도를 채워버린다.
존재하지 않는 찬사, 존재하지 않는 사랑의 고백들.
그것들은 모두 내가 살아남기 위해 이 손으로 직접 엮어낸 '청각적 광시곡'이다.
현실이 나를 향해 뱉어내는 단어들은 온통 모래 자갈 같다.
거칠고, 메말랐으며, 연민이라곤 없이 한 구절 한 구절 고막을 긁어내린다. 나에게 남은 한 줌의 부드러움마저 피와 살이 터지도록 긁어댄다.
그리하여 나는 어둠 속에 무릎을 꿇고 만다라화 깊은 곳에 귀를 묻는다.
밤이 되면 그것은 음영 속에서 화관을 펼친다. 하얀 꽃잎이 아래로 드리워진 모습은 마치 거꾸로 매달린 나팔 같다. 악마가 인간의 귀에 밀착해 신탁을 전할 때 사용하는 기관인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찬사들을 저 꽃이 대신 말하게 하라.
끝내 강림하지 않는 사랑의 말들을 저 꽃이 대신 채우게 하라.
꽃 속에서 흘러나오는 거짓말들은 카라멜처럼 달콤하고 꽃꿀처럼 진하다.
끈적하게 외이도로 흘러들어 뇌신경까지 스며든다.
독이 있다는 것은 안다. 만다라에는 처음부터 독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현실에 비하면 나는 기꺼이 독에 취하겠다. 그 소리들을 머릿속에서 번식시키고, 그 달콤한 거짓말들을 달팽이관 깊은 곳에서 몇 번이고 울려 퍼지게 하겠다.
오직 악마만이 내 귀에 붙어 나를 한 입씩 먹여 기른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달콤한 말들을, 존재하지 않는 다정함의 환각을, 세상이 아주 오랫동안 나에게 빚졌던 그 모든 사랑을 내게 채워준다.
설령 언젠가, 이 농밀한 달콤함에 외이도가 썩어 문드러질지라도.
머릿속 전체가 만다라화로 뒤덮일지라도.
설령 진짜 세상의 소리를 영영 듣지 못하게 될지라도.
그것이 내 머리 깊은 곳에서 나를 사랑해 줄 세상을 다시 지어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제2장: 인지편 (Perception)
각각의 인지(感知)는 깨어있음이 아니다. 세계가 신체를 통과할 때 남겨놓은 병변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인체의 세 가지 핵심인 '심장, 폐, 뇌'를 해부했던 첫 번째 장에 이어, 본 시리즈는 시선을 '내적 작동'에서 '외적 인지'인 '눈, 귀, 입'으로 전환한다.
본래 세계와 가까워지기 위해 존재했던 그곳들은, 결국 세계가 신체 내부로 침입하는 '균열'이 되었다. 우리는 바라보지만 점차 초점을 잃어가고, 우리는 귀 기울이지만 끝내 식별하지 못하며,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는 단어들조차 온전히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각각의 감각을 인지한다는 것은 깨어있는 청명함이 아니다. 인지란, 세계에 의해 온몸이 꿰뚫린 후에도 여전히 우아함을 유지하는 '어떤 병변'이다.
Le Hemora (레 헤모라)
브랜드 스토리 (Brand Story)
레 헤모라는 인간성을 현미경 아래에 올려두고, 향기로 정제해 낸다.
우리는 향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욕망을 '해부'한다.
혈(「赫」— 혁)은 인간성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충동이자 욕망의 뿌리다. 그것은 이성과 혼돈 사이를 흐르며 사랑과 갈등, 그리고 생존을 향한 본능을 담아낸다. '혁'은 바로 피의 색, 격렬하고도 리얼한 생명의 온도이자 욕망의 긴장감이다. 그러나 이 열기가 점차 식어갈 때,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들이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먹(「墨」— 묵)이 탄생했다。
피를 먹(인크) 삼아, 우리는 글을 통해 피의 온도를 이어가고, 향기를 기록하며, 영혼을 가시화한다. 하지만 먹은 결국 마르기 마련이며, 문자에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끝이 존재한다.
그때 물(「水」— 라)이 잔잔히 떠오르며 다정함과 무게감을 속삭인다. 감정은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고통을 희석하며, 기억을 용해한다. 호흡과 체온 사이에서 향기가 형태를 갖추어 간다. 그것은 물처럼 피부에 스며들고, 피에 녹아들며, 공기 중으로 번져나간다. 우리가 향기라 부르는 것은, 그것들이 응축되어 이루어낸 '호흡'이다.
Le Hemora의 모든 향기 한 방울은 피부 조직 깊숙이 파고드는 세밀한 관찰에서 비롯된다. 감정의 떨림, 기억의 잔해, 욕망의 궤적. 이 모든 것들이 현미경 아래에서 인치 단위로 해체된다. 이는 마치 하나의 심장을 절개하고, 남아있는 잔해 같은 사랑을 어루만지며, 침묵 속에 잠복해 있는 의도를 맡아내는 것과 같다.
향기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낭만적인 환상이 아니다. 날 것 그대로의 현실에 닿는, 수없이 반복되는 피부로의 촉각이다. 응결된 사유, 미처 내뱉지 못한 신음, 깃카라와 입술 틈새에 남아있는 흔적들. 이는 시장의 취향에 영합하려는 브랜드가 아니다. 인간성과 육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일련의 실험이다. 당신이 어떻게 갈망하고, 위축되고, 추격하고, 위장하고, 놓치고, 스스로를 속여왔는지를 향기로 기록한다.
Le Hemora는 향기의 언어학이자 해부학이다. 살아있는 피의 뜨거운 열기 절반과 붉은 먹의 냉철함 절반을 가지고, 당신 내면에서 가장 들키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가장 이해받기를 갈망하는 그 부분을 묘사한다.
레 헤모라가 적시는 것은 당신의 은밀한 욕망이다.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직 향기 속에서 당신 자신을 알아차리게 하기 위함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존재를 맡을 수 있도록.
브랜드 디렉터 겸 조향사: Esme (에스메)
그녀는 본래 미술을 공부하고 음악을 배웠으나, 이후 생존에 더 유리하고 현실에 더 가까운 길인 의학과 카데바 해부학(Gross Anatomy)의 길을 선택했다.
그 세계에서 모든 것은 정확성, 효율성, 그리고 결과로 대변되었다. 그녀는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고, 조직의 계층을 식별하며, 생명이 어떻게 가동되는지 분석하도록 훈련받았으나, 데이터로는 명명할 수 없는 '몸속의 감정'에 멈춰 서서 이를 느껴보는 것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예술을 진정으로 떠난 적이 없다.
이성과 과학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미(美)를 바라보는 그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수술 기구 위로 떨어지는 빛의 서늘한 레이어를 보았고, 구조와 비율 사이에서 음악적인 질서를 들었으며, 엄격한 지식 속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미적 감각을 포착해 냈다.
그녀는 한때 자신이 과학과 예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향(調香)을 만난 후에야 두 가지가 결코 대립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향기는 논리와 욕망이 만나는 교차점이며, 정밀한 비율 속에서도 불균형, 기억, 갈망, 그리고 인간성을 품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녀에게 Le Hemora의 탄생은 단순히 한 병의 향수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이성과 감성, 과학과 예술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할 수 있음을 사람들이 다시금 느끼게 하려는 시도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러하듯――모순적이고, 복잡하며, 날 것 그대로 리얼하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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